공간을 나누어 광장을 펼치다 ③

2018년 2월 6일 업데이트됨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공간의 기억,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게 기부받은 공간에서 펼쳐진 특별한 몸짓, 특별한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C!here 서소문에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활동했던 지체·지적 장애학생들로 이루어진 사물놀이단 ‘땀띠’의 활동이 그중 하나입니다. C!here 서소문 공간은 자폐성 장애,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뇌성마비 등 다양한 유형의 중증장애를 가진 어린 학생들과 부모들이 마음 편히 연습과 훈련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물놀이 연습을 하며 한 해, 두 해 지나는 동안,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어느덧 커서 대학 진학도 하고, 전국의 사물놀이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수상도 하며, 이제는 꿈을 가진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났습니다. 이들은 자라나는 다른 어린 장애인 친구들에게 꿈과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물놀이패로 성장해가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당찬 포부가 정말 멋있지 않습니까?



뇌병변 2급 장애인인 송정아 씨는 극단 ‘휠’의 단장입니다. 2001년 송정아 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극단 ‘휠’은 중증장애인과 비장애인 연기자들로 구성된 장애우 극단입니다. 신체의 제약을 초월해서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모인 중증 장애우들에게 C!here는 마음껏 소리 내고 움직이며 연극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반갑게 맞아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여전히 높기만 한 공공시설, 문화시설의 문턱을 실감하며 어려움을 느끼던 휠의 단원들은 C!here를 만나 안정적으로 모임과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하여 더욱 열정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며 연극인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의 꿈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공연뿐만 아니라 C!here 나눔의 공간은 전시, 특강 등의 행사에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저녁 6시, 안국동 W스테이지에서 열리는 ‘서울즉흥잼’에서는 참여자가 자신의 몸의 감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특별한 무대가 연출되며 가야금, 첼로, 피아노 등을 다룰 줄 아는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참여하여 흥을 돋우기도 합니다. 미리 참가 신청을 하면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며, 안무가와 무용수로 구성된 서울즉흥잼 운영진이 한 달에 한 번씩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특별한 사진전도 기억에 남습니다. 2012년 12월 이집트 빈민촌에서 1년여 간의 구호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대학생 이원주 씨는 이집트에서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전문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애정을 가지고 직접 렌즈에 담은 이집트의 현장, 그리고 이집트 사람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전하고 싶었던 이원주 씨의 사진들은 C!here를 만나면서 세상에 선보일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 달 동안 C!here에서 진행된 무료 사진전은 처음에는 조용하게 시작되었지만 한 주, 두 주가 지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고, 다양한 신문, 방송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원주 씨는 처음에는 다소 즉흥적으로 감행했던 중동행이었지만, 사진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진짜 열정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공간을 기부하고 나눈다는 생각

공간나눔이라고 하니까 대단히 큰 공연장이나 행사장 같은 거대 공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사실은 소박하고 작은 공간일수록 그 가치가 더 큰 법입니다. 자기 집 앞마당의 비어 있는 공간 한쪽에 의자 두어 개를 내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따스한 햇볕 아래 앉아 잠시 쉬어가며 마당에 핀 꽃들을 감상하게 하는 마음씨, 굳이 C!here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도 이러한 작은 관심과 고운 마음씨가 바로 공간나눔 운동의 시작입니다. 공간나눔 운동은 바로 또 다른 나눔과 이웃사랑의 한 모습입니다. 이 운동에는 어떤 상업적 거래나 이윤 추구도 개입되지 않습니다. 단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채우고 비울 뿐입니다.


공간을 기부하기 위해서는 C!here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신청서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공연, 각종 모임, 교육, 리허설 및 전시가 가능한 장소를 가지신 분은 모두 C!here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카페나 사무실, 회의실, 헬스장, 연습실, 학교, 옥상, 관공서 다목적실과 같은 공간은 특히 요긴하게 쓰입니다. 상시적으로 혹은 비상시적으로 원하는 시간만큼 공간을 나눌 수 있습니다. 수요자는 철저히 기부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공간을 사용하고, 원래 상태로 반납합니다. 약간의 관리비가 더 들어가겠지만 사용자들에 의해 그만큼 공간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니 이 역시 서로가 윈윈 하는 일입니다. 덤으로 행복까지 얻을 수 있죠.


나의 공간이 하나의 광장이 됩니다.

C!here는 단순한 공간나눔 운동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공간을 이웃과 함께 쓰고 누군가의 문화적 재능을 함께 나누면서, 모두가 더 큰 문화의 즐거움과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이웃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운동입니다. C!here는 열린 공간과 열린 문화, 열린 마음을 지향합니다. 공간이 열리면 그 안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소통하고 교환되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기부자와 수요자 모두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곳에 사랑이 있습니다. 공간나눔 운동의 또 다른 말은 바로 사랑나눔 운동이 아닐까요?


개인이나 단체가 갖고 있는 작은 공간들은 그들만이 공간을 품고 있을 때는 아주 작은 공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공간이 나눔으로 오픈되고 그곳에서 다양한 만남이 이뤄질 때 그 공간은 닫혀 있는 작은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광장이 됩니다. 이러한 공간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스테이지를 형성하고,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교류하면서 만들어내는 커다란 에너지의 흐름을 다른 말로 하면 바로 평화와 사랑이겠죠.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이 열린 마음으로 공간과 재능을 기부하고, 또 그렇게 형성된 ‘광장’에 나와 마음껏 문화를 즐기면 좋겠습니다.